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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소설찌개

현진건 나도향 김동인

이 책은 1920~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를 살아간 세 명의 작가 ― 김동인, 나도향, 현진건 ― 의 대표 단편 여섯 편을 모아 엮은 단편소설집이다. 작품들은 인간 내면의 어두움과 슬픔, 욕망과 윤리, 사랑과 절망 등 복합적인 감정을 다각도로 포착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한 마부의 하루를 통해 비극적 아이러니가 점철된 일상의 슬픔을 보여주며, 「B사감과 러브레터」는 근대 여성의 억눌린 욕망과 내면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두 작품 모두 절제된 문체를 통해 시대적 억압과 인간 감정의 깊이를 고요하게 드러낸다. 나도향의 「물레방아」와 「벙어리 삼룡이」는 각각 사회적 억압 아래에서 피어난 사랑의 비극, 장애와 침묵 속에서도 지켜지는 순수한 헌신..
이 책은 1920~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사회를 살아간 세 명의 작가 ― 김동인, 나도향, 현진건 ― 의 대표 단편 여섯 편을 모아 엮은 단편소설집이다. 작품들은 인간 내면의 어두움과 슬픔, 욕망과 윤리, 사랑과 절망 등 복합적인 감정을 다각도로 포착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한 마부의 하루를 통해 비극적 아이러니가 점철된 일상의 슬픔을 보여주며, 「B사감과 러브레터」는 근대 여성의 억눌린 욕망과 내면의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두 작품 모두 절제된 문체를 통해 시대적 억압과 인간 감정의 깊이를 고요하게 드러낸다.

나도향의 「물레방아」와 「벙어리 삼룡이」는 각각 사회적 억압 아래에서 피어난 사랑의 비극, 장애와 침묵 속에서도 지켜지는 순수한 헌신을 주제로 하며, 감성적 서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아낸다. 나도향 특유의 섬세하고 정서적인 문체가 인물들의 내면을 더욱 생생하게 부각시킨다.

김동인의 「감자」는 극심한 빈곤 속에서 타락해가는 한 여인의 삶을 통해 자연주의의 면모를 드러내며, 「광염 소나타」는 예술적 영감을 위해 살인을 반복하는 작곡가의 광기를 통해 탐미주의와 심리주의 문학의 경계를 탐색한다. 두 작품 모두 비정한 현실과 인간 본성의 충돌을 중심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이 여섯 편의 단편은 마치 각기 다른 재료를 넣고 끓여낸 문학의 찌개와 같다. 욕망의 쓴맛, 사랑의 단맛, 고통의 매운맛이 어우러진 이 한 그릇의 소설은, 독자에게 시대를 뛰어넘는 감정의 울림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현진건(玄鎭健, 1900~1943)
현진건은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사실주의 소설가로,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한국 단편소설의 형식을 정립한 인물이다. 그는 1900년 대구에서 태어나 일본과 중국에서 유학을 시도했지만,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지는 못했다. 1920년 「개벽」에 「희생화」를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한 그는, 이후 「빈처」, 「술 권하는 사회」 등 사회적 현실을 풍자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는 언론인이자 독립운동가로도 활동했으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는 동안 '일장기 말소 사건'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문학에 더욱 깊이 있는 사회적 시선을 부여하였다. 대표작인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고향」 등은 식민지 조선 하층민의 비극적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편소설 『적도』와 『무영탑』에서는 민족주의적 성향과 역사 인식을 담아 식민지 현실에 대한 문학적 저항을 시도하였다.
그는 생전에 "한국 단편소설의 아버지"라 불릴 만큼 문학사적 의의가 큰 작가이며, 2005년에는 독립운동의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추서받았다.
나도향(羅稻香, 1902~1926)
나도향은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한국 근대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가이다. 그는 1902년 서울 청파동에서 태어나 청년기까지 문학과 의학 사이에서 방황하다 결국 문학을 택했다. 1921년 「추억」을 통해 문단에 데뷔한 그는, 감상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의 초기 작품에서 점차 현실주의적 경향으로 전환하였다.
그는 1922년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며 이상화, 박종화, 현진건 등과 함께 낭만주의 문학 운동에 참여했으나, 이후 작품 세계는 점차 사회적 모순과 인간의 욕망을 묘사하는 사실주의로 변화하였다. 대표작 「벙어리 삼룡이」는 말을 못하는 인물의 비극적 사랑을 통해 인간 내면의 순수성과 사회적 억압을 섬세하게 묘사했으며, 「물레방아」와 「뽕」에서는 욕망과 도덕, 빈곤과 성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루었다.
나도향은 1926년 24세의 젊은 나이에 폐렴으로 요절하였으나, 그의 작품은 감성과 현실 사이의 교차점을 섬세하게 포착한 문체와 주제의식으로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는 낭만주의에서 사실주의로 넘어가는 한국 근대문학의 과도기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된다.
김동인(金東仁, 1900~1951)
김동인은 한국 근대문학의 선구자로, 사실주의와 자연주의를 기반으로 한 단편소설을 통해 한국 단편문학의 미학을 확립한 대표 작가이다. 1900년 평양에서 출생한 그는 일본에서 서양화를 공부하다 문학으로 방향을 바꾸었으며, 1919년 한국 최초의 순문예 동인지 『창조』를 창간하며 「약한 자의 슬픔」을 발표,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초기 작품은 인간 내면의 고통과 현실의 모순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데 주력하였고, 이후 「감자」, 「광염 소나타」 등에서는 사회적 빈곤과 광기, 예술과 욕망이라는 테마를 자연주의적 방식으로 풀어냈다. 「배따라기」에서는 서정성과 탐미주의적 문체가 드러나며, 그의 작품세계가 단일한 경향에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장편소설 『운현궁의 봄』을 통해 역사와 문학의 융합도 시도하였다.
1930년대에는 언론 및 출판 활동에 힘쓰며 『야담』을 창간해 전통적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되살리는 데 기여했지만, 해방 전후에는 생활고와 병마에 시달렸고, 친일 행적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인은 단편소설의 구조와 기법을 한국 문학에 뿌리내리게 한 공로자로서 높이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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